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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푼의 진실과 세 푼의 허구
그녀와 강렬한 첫 만남 본문
4일 전,
촬영 알바
면접을 봤다.
발단
두 시간 일찍 면접 장소에 도착했다.
근처 PC방에서 모니터링을
부랴부랴 준비하고 있는데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갑자기 쎄한 기분.
집중한 나머지 핸드폰을 못 봤다.
시간 보려고 킨 핸드폰 잠금화면에
30분 전, 카톡이 보인다.
-혹시 지금 오고 계실까요? 조금 앞당겨서 와주실 수 있을까요?
"넵" 답장을 보냄과 동시에
곧장 프린트해서
지하에서 지상으로 달려나왔다.
전개
교촌치킨 가게 앞에서 인사.
바로 차를 타고 상암 엠비씨로 출발.
차안에서 면접은 아니고 간단한 얘기를 나눴다.
왜 벌써 벗겨지는 기분이지.
지하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 타는 곳을 찾으며.
-마이크를 좀 써본 적 있어요?
-아뇨?
-그럼 이거 줄 테니 한시간만 스터디 하고 있어볼래요?
-넵
방송국 일층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마이크를 주고 그녀는 떠났다.
SONY ICD-TX650 제품.
리코딩, 녹음 설정 등
유튜브로 10-20분 정도 보니 이해 완료.
30-40분 정도 뒤.
다시 돌아온 그녀와
드디어.. 드디어...!
마주앉아 얘기할 수 있었다.
-마이크 쓰는것만 알게 아니라,
현장에서 슬레이트 박수치고
촬영 후에는 MP3, MP4 파일 싱크 맞춰서 편집자에게 보내줘야해요.
게스트가 두 명이면 녹음파일을 어떻게 할지 등등. 할 수 있겠어요?
-배울 수 있으면 배우겠습니다!
-피디님 연락처 드릴게요. 제가 지원할테니, 내일 오전에 배워봐요.
-넵.
나를 팔아야 한다.
이것은 오디션이고, 나는 캐스팅이 되어야한다.
전문적이고, 신뢰가 가면서, 포스도 있고 야무진 이미지를 보여드려야 한다.
그런데 나는 자꾸만 이빨을 보이며 웃는다.
노땅스럽게.
-지금 이거 인급동 5위한다. 봐봐요.
-네!
(핸드폰으로 인급동 보는 방법 검색해본다.
콘텐츠 만드는 곳에 지원한 사람이
"인급동" 을 볼 줄 모른다. 에효. 미친.)
-요즘 유튜브는 뭐봐요?
-아 저 술방 좋아해서 짠한형, 먹을텐데 봐요. 침착맨도 좋아하구요.
-좋아하는 가수 있어요?
-아 저 본조비, 퀸 좋아해요.
-한 번 노래 불러볼래요?
-쿵쿵딱 쿵쿵딱 쿵쿵딱 쿵쿵딱 위윌 위일 락앤롤
-본인 거 카메라 가져왔죠? 지금 저한테 마이크 채워보고 영상 찍어볼래요?
-넵! 마이크 여기 달아볼게요. 괜찮으시죠? (손 덜덜) 촬영할게요. 자 박수칠게요.
-상암에 온 기분이 어때요?
-아?
무슨 말을 해야하지?
순간 카메라를 탁자쪽으로 떨궜다.
위기
-가만보니, 정신줄을 놓네. 현장에서 이럼 안돼요.
나한테도 이렇게 긴장하면서 연예인은 어떻게 찍을려고 그래요.
연예인이 질문하면 바로바로 대답 잘 할 수 있겠어요?
요즘 트렌드 이렇다 탁 치고 들어와야 하는데.
스타일이 너무 조심스럽네. 생각도 많고.
유튜브도 잘 안 보는 것 같고, 스타일도 마이너쪽이고.
근데 마이크 쓰는건 알겠어요?
일단 내일 배워보고 할지 말지 말해줘요.
지금 줌 회의 하나 있는데 같이 좀 해봐요.
결말
-자기는 여기서 더 있을거야?
-아뇨. 집에 갈게요.
현타의 마음을 들켜버린걸까.
그래도 입꼬리를 올려본다.
카페를 나온다.
내 어깨는 이미
저기 지하 584356미터 아래에 가있다.
-자기야 어깨 좀 펴봐. 키도 큰데. 내일 오전에 한 번 배워보고 말해줘요.
-넵. 감사합니다.
그렇게 회전문을 빙그르 돌리며 밖으로 나왔다.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문질렀다.
자꾸만 입꼬리가 멋대로 움직인다. 헛웃음이 새어 나온다.
동인천 급행 안.
천장보고 또 웃어본다.
아이돌 누가 컴백하는지
지금 인급동 뭔지
요즘 소비 트렌드는 어떤건지
그냥 좋아서가 아니라
공부하듯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보는 게 과연 방송작가일까?
서른 넷.
내 이름 석자 간판걸고
개업 한 지, 5일차다.
손님도 없고,
사장님에 관한 네이버 평점도 꽝이다.
그럼에도 난 이걸 이어나가야 할까?
삼 개월간 학원에서 내부 인테리어를 하고,
지난주 종강하면서 시공은 끝났다.
중요한 건 이 사실은 감출 수 웂자.
낡은 집을 리모델링했다는 것.
다락방 구조는 그대로 남아있고,
중간중간 녹슨 못들도 튀어나와 있다.
이게 나다.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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