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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푼의 진실과 세 푼의 허구

일요일 아침 열시. 짜파게티 봉지를 뜯는다. 그전에 이불커버를 벗겨서 세탁기에 넣는다. 섬유유연제 냄새… 헹굼으로 설정해놓는다. 헹굼의 그 10분동안. 짜파게티 끊일 준비를 한다. 주방 창문으로 바싹 마른 선선한 공기와 밑에 집에서 굽는 조기 냄새가 같이 들어온다. 세탁기 통 돌아가는 소리. 조기 냄새. 젓가락으로 짜파게티를 휘휘 젓는다. 받침대를 놓고서 짜파게티 냄비를 올린다. 그 사이 헹굼이 끝났고, 물에 잠시 담가 놓는다. 짜파게티를 다 먹고 탈수 버튼을 누른다. 배관으로 내려가는 물소리와 함께 설거지를 시작한다. 설거지를 끝내고 세탁기에서 이불보를 꺼낸다. 베란다 천장에 매달린 빨래 건조대에 펼친다. 잠시 그 사이 공간에 서 본다. 이불을 통과한 그 노랑빛 사이의 공간에서 비누향을 맡으며. 눈을 ..

몇달만에, 에어컨을 끈다. 집에 베란다를 앞뒤로 열어 맞바람을 치게한다. 샤워하고 나오는데 닭살이 돋는다. 이 신체반응이 낯설어 화장실 문 앞 발판에 서서 몇초간 정지한다. 자연바람에 닭살이 돋는 이 반응. 얼마만이지? 자연스레 방 대청소가 땡기는 이 의식의 흐름. 방 구조를 바꿔볼까. 가구 아래 있던 쌓인 먼지들 청소기로 민다. 목이 칼칼하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모과유자차 티백을 꺼낸다. 추워진 날씨… 확실한 표현은 아니다. 그냥 해가 빨리 지면서 덜 데워진 즉석밥이 된 것일뿐이다. 미지근함이 차갑게 느껴지는 것. 냉동실에 얼려진 밥이리곤 할수없다.

어느 건물 1층 상가에 위치한 꽃집에서 이 말을 들었다면 좋았겠지만… 인천가족공원 입구 앞. 파라솔을 펴고 꽃 파는 노점에서 어떤 아저씨가 주인 아주머니에게 하는 말이었다. “딸에게 줄건데 이쁜걸로 좀 골라주쇼.” 추석연휴. 인천가족공원은 차량통행을 막는다. 공원 밖에 차를 대라는 것이다. 공원 주위 몇백미터는 불법주차 차량들로 뒤엉켜있다. 우리 가족은 입구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폭염에 군밤파는 트럭옆에 구겨지듯 차를 세웠다. 수천명의 인파가 한 손에 꽃을들고 물결을 이루며 걸어간다. 우리 가족은 건물 3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네모난 유리박스를 향해 절하는 노부부. 휴게의자에 앉아 더위를 식히는 가족들. 유리창에 소주잔을 테이프로 붙히는 청년. 나는 할머니의 위치를 찾는다. 매번 한 두줄씩 비껴가서 찾..

오후 두시 제물포역에서 용산급행을 탄다. 오늘은 추석연휴 첫날이다. 역 앞에 걸려있는 정치인들의 ‘즐거운 한가위 명절 보내세요’ 라는 플랜카드들만이 지금 현재 내가 속한 시공간을 알려준다. 프레카리아트, 불안정 노동자, 프리랜서. 그런 내게 오늘은 그저 월요일일 뿐이다. 오늘 나는 박물관 홍보팀의 콘텐츠 제작 담당자다. 아침에 내가 나에게 임명했다. 중앙박물관에서 카메라 촬영연습겸 홍보 영상을 만들어보려 한다. 어라? 오늘 용산역은 분위기가 다르다. 평소 출퇴근 하는 수도권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말소리가 없는데 오늘은 장이 선듯하다. 이모! 삼촌! 부르는 소리부터 캐리어 끄는 소리 삼삼오오 무리지어 다니는 꼬마와 어른들 난 1번출구를 향해 직진했다. 엊그제 그를 타도하자는 시위대 소리로 시끌시끌하던 광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