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푼의 진실과 세 푼의 허구

[1분소설] 딸에게 줄건데 이쁜걸로 좀 골라주쇼. 본문

라디오 작가 지망생 후뚜루 원고쓰기

[1분소설] 딸에게 줄건데 이쁜걸로 좀 골라주쇼.

hyemindiary 2024. 9. 1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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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건물 1층 상가에 위치한
꽃집에서 이 말을 들었다면
좋았겠지만…

인천가족공원 입구 앞.

파라솔을 펴고 꽃 파는 노점에서
어떤 아저씨가
주인 아주머니에게 하는 말이었다.
“딸에게 줄건데 이쁜걸로 좀 골라주쇼.”

추석연휴.
인천가족공원은 차량통행을 막는다.
공원 밖에 차를 대라는 것이다.

공원 주위 몇백미터는
불법주차 차량들로 뒤엉켜있다.

우리 가족은
입구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폭염에 군밤파는 트럭옆에
구겨지듯 차를 세웠다.

수천명의 인파가
한 손에 꽃을들고
물결을 이루며 걸어간다.

우리 가족은 건물 3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네모난 유리박스를 향해 절하는 노부부.
휴게의자에 앉아 더위를 식히는 가족들.
유리창에 소주잔을 테이프로 붙히는 청년.

나는 할머니의 위치를 찾는다.
매번 한 두줄씩 비껴가서 찾는다.

드디어 할머니를 찾았다.
정확히 3-100051 박스를 찾았다.

그리 정이 깊은 관계는 아니다.
조건없는 지지를 받아본적도 없다.
단지 손주니까
이름 부르며 반겨주신 기억은 난다.
그 사랑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 관계에 포근함은 없었다.
그 인생도 순탄지 않았기에,
그에게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자애롭고 여유 넘치는
노인의 모습은 한번도 본적없다.
지금 내가 그에게 남은 감정은 연민 뿐이다.
부디 평안하시길
그리고 사랑받는 곳에서 환생하시길.
그 박스 앞에서 빌었다.

이것이 정상적 관계인진 모르겠다.
더 애틋해야하는것일까.
지금 내 마음이
사회적 윤리에 어긋난건 아닌가 싶어
가족들 앞에선 연기를 해야했다.

다시 차로 돌아가는 길.
난 아까 그 꽃집 아저씨는 잘 돌아갔을까.
그 생각에 사로잡혀 침묵했다.
가족들이 보기엔
할머니 생각에 잠긴 듯 해 보였을지도.

별에서 와서 별로 돌아가는
호모 사피엔스들에게
왜 하필 우리는 마음이란게 있어
죽음을 이다지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하는것일까.

한동안 그 아저씨의
“딸에게 줄건데 이쁜걸로 좀 골라주쇼.”
그 한마디가 먹먹하게 만들것같다.